현지에서 경험한 지역차별 – 도시 vs 시골 시선
외국 생활에서 흔히 떠올리는 차별은 인종차별이지만, 막상 오래 살다 보면 더 은근한 벽이 존재한다. 바로 도시 vs 시골의 지역차별이다. 나는 이 차이를 직접 체감하면서, 지역이라는 렌즈가 사람들의 태도와 시선을 얼마나 바꿔놓는지 깨달았다.
1. 도시에서의 환영, 시골에서의 경계
내가 처음 머문 곳은 캐나다 토론토였다. 다문화 도시답게, 나를 동양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특별히 낯설지 않았다. 심지어 택시 기사도 “어디서 왔냐” 물으며 한국 K팝 이야기를 먼저 꺼낼 정도였다.
하지만 학업 때문에 작은 도시로 옮겼을 때, 분위기는 달라졌다. 처음 만난 이웃은 웃으며 인사했지만, 동시에 “한국인은 처음 본다”는 말도 했다. 겉보기엔 호기심이었지만, 어딘가 나를 이방인으로 규정하는 선이 그어져 있었다.
2. 지역 정체성과 자부심
시골이나 소도시 사람들은 **‘우리 지역만의 정체성’**에 강한 자부심을 가진 경우가 많다. 미국 남부의 한 소도시에서 지냈을 땐, 현지인들이 “우리는 뉴욕이나 LA 사람들과 다르다”고 자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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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사람 = 세련됐지만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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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사람 = 순박하지만 외부인에게는 보수적이다
이런 구도가 그들의 언어와 태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나는 종종 “도시에 살다 온 애가 뭘 알겠냐”는 농담을 들었고, 동시에 “시골은 발전이 느리다”는 불평도 많이 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약간은 낮게 보는 묘한 긴장감이었다.
3. 언어와 억양에서 드러나는 차별
특히 언어에서 지역차별이 뚜렷했다. 영국 소도시에서 잠시 머물렀을 때, 내 영어 억양을 흉내 내며 웃는 아이들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아이들은 런던 억양을 쓰는 친구들을 “거만하다”고 놀리기도 했다.
즉, 외국인 억양뿐 아니라 같은 언어권 내 지역 억양도 차별의 근거가 된다는 걸 목격했다.
4. 교회와 시장에서 느낀 거리감
작은 도시에서 현지 교회에 다닌 적이 있다. 겉으론 환영해줬지만, 모임 뒤풀이에서 대화는 늘 ‘고등학교 동창’ 이야기로 흘러갔다. 외부인인 나는 대화에 쉽게 끼지 못했다.
반면 대도시의 한인 마트나 다문화 행사에서는 출신지를 묻지 않고도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었다. 도시의 익명성과 다양성이 오히려 외부인을 포용하는 힘으로 작동한 것이다.
5. 나에게 남은 교훈
외국에서 지역차별을 겪으며 깨달은 건, 사람들은 **‘자기 구역’과 ‘외부인’**을 나누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인종일 수도, 언어일 수도, 심지어 같은 나라 안의 도시·시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험이 나를 위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포용의 태도를 배우게 했다. 나 역시 한국에서 “서울 사람 vs 지방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졌던 적이 있음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6. 외국 생활자에게 드리는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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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경청자로 시작: 시골이나 작은 도시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그들의 지역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면 마음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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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점을 찾기: 음식, 스포츠, 날씨 같은 주제는 어디서든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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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기: ‘호기심’과 ‘차별’은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다. 상대방이 몰라서 한 말일 수도 있음을 감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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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행사 참여하기: 마을 축제나 벼룩시장은 현지인과 가까워질 좋은 기회다.
마무리 – 작은 차별 속의 큰 배움
외국에서 경험한 지역차별은 때로 불편했지만, 동시에 큰 배움이 됐다. 도시와 시골, 중심과 주변이라는 구분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중요한 건 그 구분을 극복하고 다리를 놓으려는 태도다.
나는 이제 낯선 지역에 갈 때, 먼저 조심스레 물어본다.
“여기만의 특별한 문화는 뭐예요?”
그 질문 하나가 벽을 허물고, 나를 ‘외부인’에서 ‘함께하는 사람’으로 조금씩 바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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