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계절 행사 – 크리스마스 마켓, 추수감사절, 설날의 차이

 외국 생활에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순간 중 하나는 계절 행사다. 한국의 설, 추석이 가족과 공동체의 시간을 강조한다면, 외국의 계절 행사는 그 나라 사람들의 역사와 가치관이 응축된 문화적 축제였다. 나는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설날을 각각 다른 나라에서 경험하면서 그 차이와 공통점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1. 크리스마스 마켓 – 따뜻한 빛으로 물드는 겨울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

겨울이 시작되면 독일의 광장은 온통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변한다. 뉘른베르크,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등 도시마다 특색 있는 시장이 열렸고, 나는 글뤼바인(따뜻한 와인)을 마시며 손끝이 얼어붙는 추위를 잊곤 했다.

  • 장식품: 수공예 오너먼트, 나무 장난감, 양초 등은 “선물=마음을 나누는 것”이라는 가치를 잘 보여주었다.

  • 음식: 소시지, 슈톨렌(케이크), 구운 아몬드 향기가 골목을 채웠다.

  • 분위기: 한국의 ‘연말 세일’과 달리, 여기는 소비보다는 함께 모여 즐기는 따뜻함이 강조됐다.

북미의 크리스마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가족의 연말 행사로 자리잡았다. 상점마다 세일이 많았지만, 진짜 하이라이트는 집 안 장식이었다. 친구 집에 초대받았을 때, 아이들이 직접 꾸민 트리와 양말 장식에서 ‘가정 중심의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었다.


2. 추수감사절 – 가족과 식탁의 힘

미국에서 경험한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은 또 다른 세계였다. 한국의 추석과 가장 비슷했지만, 분위기는 훨씬 단순했다.

  • 음식: 칠면조, 매시드 포테이토, 크랜베리 소스, 펌킨파이.

  • 의례: 특별한 제사나 종교적 절차 없이, 온 가족이 모여 “올해 우리가 감사한 것”을 한마디씩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

  • 의미: 조상 숭배보다 현재 살아 있는 가족의 연대를 강조했다.

나는 초대받은 집에서 “네가 이 자리에 함께 있는 것도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외국에서의 고독이 잠시나마 사라지는 듯했다.


3. 설날 – 다른 시간의 시작

아시아권에서는 음력 설날(Lunar New Year)이 중요한 계절 행사였다.

  • 중국: 춘절이라 불리며, 폭죽과 용춤이 거리마다 펼쳐졌다. 대규모 귀향 행렬이 벌어져, 한국의 설 귀성길보다 몇 배는 더 어마어마했다.

  • 베트남: ‘뗏(Tết)’이라는 이름으로 맞이하며, 전통 의상과 가족 모임이 이어졌다.

  • 해외 교민 사회: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인 교회가 열었던 설날 행사는, 떡국과 윷놀이, 세배 문화가 그대로 이어져 있었다. 외국 땅에서 한국의 설날을 맞는 경험은, “나는 어디에 있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었다.


4. 계절 행사가 보여준 문화의 본질

이 세 가지 행사를 비교하며 보니, 각 나라는 계절 행사를 통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드러내고 있었다.

  • 독일·유럽의 크리스마스: 공동체의 따뜻함과 전통.

  • 미국의 추수감사절: 가족과 현재의 삶에 대한 감사.

  • 아시아의 설날: 조상과 뿌리를 잊지 않는 전통, 세대 간 연결.

결국 계절 행사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그 사회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보여주는 문화의 거울이었다.


5. 외국 생활자를 위한 팁

  1. 현지 행사 참여하기: 크리스마스 마켓이나 추수감사절 식사 자리에 초대되면 반드시 참여해보자. 책에서 배우지 못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2. 작은 선물 준비: 초대받을 때는 와인이나 디저트 같은 작은 선물이 예의다.

  3. 문화적 차이 존중: 한국식 의례와 비교하기보다, 현지 방식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4. 자국 문화도 나누기: 설날이나 추석에 현지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대접하면, 교류의 장이 더욱 깊어진다.


마무리 – 계절은 문화를 비춘다

외국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설날은 나에게 단순한 휴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속한 사회를 이해하는 수업이었고, 동시에 나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었다.

“계절 행사는 결국, 우리가 무엇을 감사하고, 누구와 함께 시간을 나누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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