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시위와 집회 – 시민 참여 문화의 현장

 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거리 시위집회를 마주칠 때가 있다. 처음엔 단순한 교통 불편으로만 다가왔지만, 조금씩 참여하고 관찰하면서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소란’이 아니라, 시민 참여 문화의 핵심 장면이었다.


1. 처음 마주한 시위 – 두려움과 호기심

독일 베를린에서 살던 어느 날, 집 앞 도로가 통제되었다. 멀리서 북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처음에는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건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앞섰다. 한국에서 집회는 종종 충돌이나 갈등으로 보도되곤 했으니까.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참가자들은 가족 단위로 나와 있었고, 아이들은 색연필로 그린 작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 분위기는 긴장감보다는 축제에 가까웠다.


2. 시민이 만드는 민주주의의 장

유럽과 북미에서 집회는 단순히 불만 표출이 아니라, 시민이 목소리를 내는 공식적 채널로 자리잡아 있었다.

  • 환경 시위: 스웨덴에서는 ‘Fridays for Future’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매주 금요일 학교 대신 시청 앞에 모였다. “지구를 구하자”라는 구호가 교과서보다 더 중요한 공부처럼 느껴졌다.

  • 노동자 집회: 프랑스 파리에서는 지하철 파업과 함께 대규모 노동자 시위가 벌어졌다. 통근에 큰 불편이 있었지만, 시민들은 대체로 “권리를 주장하는 건 당연하다”는 태도로 받아들였다.

  • 인권 집회: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성소수자 권리 집회가 열렸는데, 경찰조차도 축제처럼 안전을 지켜주는 ‘보호자’ 역할을 했다.


3. 참여와 연대의 힘

흥미로운 건, 시위가 ‘나와 상관없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나는 독일에서 난민 지원 집회에 우연히 참여한 적이 있다. 독일어가 서툴러 구호를 따라 하지 못했지만, 단지 거리에 서 있었을 뿐인데도 **“나는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의견을 표한다”**는 자각이 생겼다.

한국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집회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참여하지 않으면 중립이 아니라 방관’으로 여겨졌다. 그 차이가 놀라웠다.


4. 집회의 양면성

물론 언제나 이상적인 장면만 있는 건 아니다. 시위가 길어지면 교통이 마비되고, 경제적 손실도 발생한다. 미국에서 경험한 블랙 라이브스 매터(BLM) 시위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폭력과 약탈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과 시민들의 대화에서 느낀 건, **“불편함 자체가 메시지의 일부”**라는 인식이었다. 권리를 주장하는 집회가 사회에 파동을 일으켜야만 변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5. 나에게 남은 배움

외국에서 시위와 집회를 겪으며 배운 건, 민주주의는 투표일 하루만 행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 매일의 작은 목소리가 모여 큰 사회적 변화가 된다.

  • 개인이 느끼는 불편도, 타인의 권리를 위해 잠시 감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 참여는 의무가 아니라 권리이며, 권리를 써야 권리로 남는다.


6. 외국 생활자에게 주는 팁

외국에 거주하는 동안 집회에 참여하거나 목격할 때는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1. 안전 확보: 공식 허가 집회인지 확인하고, 폭력 가능성이 있는 집회는 피하는 게 현명하다.

  2. 관찰자의 태도: 현지 언어를 잘 몰라도 ‘경청’하는 자세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3. 사진·영상 기록 주의: 시위 참가자 신분을 기록하는 건 민감할 수 있으니, 촬영은 신중히 해야 한다.

  4. 공감과 존중: 내 기준에서 ‘사소하다’ 싶은 이슈도, 현지인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일 수 있다.


마무리 – 민주주의를 체험하다

외국에서 집회와 시위는 단순한 ‘거리의 소음’이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 민주주의를 살아내는 현장이었다. 나는 그 속에서 단순한 유학생, 이방인이 아니라,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의 일부가 된 기분을 맛봤다.

한국에서라면 뉴스 화면으로만 보았을 장면들이, 외국 생활에서는 내 눈앞의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내가 사는 사회에 대해 **“나는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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